테디베어 5
[실자국 5화]
[등장캐릭터 : 카게히라 미카, 아오바 츠무기]
[시기 : 가을]
미카 : 뭐, 그건 됐고... 스승님이 나가라고 한 건 아이다. 오히려 요즘 스승님은 징그러울 정도로 다정하제.
스승님은 [할로윈 파티] 후로 왠지 이상해져뿟다...
츠무쨩 선배는 그때 같이 무대에 섰으니 알지 않나?
츠무디 : 아... 그러고 보니 마드모아젤이 요즘 말을 안 한다는 소리를 하더라구요. 정신 상태가 호전되는 것 같아서 저는 오히려 안심했지만요.
미카 : 응. 마드 누나가 말을 거의 안 해서 섭섭하지만, 스승님은 마이 차분해졌다. 윽수로 안정되어 있고 히스테리도 하나도 안 부린데이. 근데 왠지 내한테는 이상하게 군다... 마드 누나랑 대화를 거의 못 해서 그러나, 자꾸 내를 챙긴다 자꾸 별 쓸데없는 걸로 말을 걸기도 한다. [오늘은 맑아서 기분이 좋군]이라거나... [길가에 꽃이 피었구나, 아름답다]라며 말을 걸제. 그리고 내한테 의상을 만들게 하려고 한다. 스승님은 이때까진, 특히 자기 작품은 아무도 못 건드리게 했다 아이가. 근데 중간까지 완성한 의상을 [나머지는 카게히라가 해라]라면서 떠넘겨 뿐다... 아예 의상과 무대를 디자인하는 단계에서 내한테 의견을 구하기도 하고, 실제 무대에서도 내를 앞으로 내보내고 스승님은 뒤로 빠지기도 한데이.
와, 와 그러는 기가? 내는 너무 불안하다! 스승님이 너무 다정해서 무섭다! 혹시 의사한테서 시한부 선고라도 받은 거 아이가...?!
츠무기 : 아니, 그냥 여태까지 한 행동들이 이상했던 것 같은데요... 슈 군은 미카 군을 사람처럼 대하지 않고 학대했잖아요? 미카 군도 노력하는데 말이에요...
절대 칭찬하거나 눈길을 주지도 않고 온갖 심한 말을 퍼부어댔잖아요. 옆에서 보기 괴로울 정도였다구요.
미카 : 으으. 그래도 스승님은 틀린 말은 안 한다 아이가. 내가 [서툴러]서 혼나는 기다... 명령도 제대로 못 지키는 불량품이라 그렇다. 실패작 인형이라서! 스승님도 내한테 정나미가 떨어진 기다! 그래서 일일이 혼내지 않고 다정하게 웃기만 하는 거제! 스, 스승님이 독신자용 빌라를 찾는 것 같데이... 우리 부모님한테도 연락해서 내가 살 곳도 찾는 모양이고. 스승님은 내를 버릴 생각이다! 이제 보기도 싫으니까 멀리하려고 그러는 기다! 그래서 내가 혼자 살 집을 찾는 거제...!
츠무기 : 음~... 너무 부정적인 방향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은데요, 미카 군. 본인한테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죠? 우리 3학년은 이제 졸업까지도 반년도 남지 않았잖아요...
슈 군 혼자 모든 일을 하던 걸 그만두고, 미카 군에게 일을 시켜서 경험을 쌓게 하려는 거 아닐까요? 그래서 무대와 의상도 미카 군에게 어느 정도 맡기고 의견을 묻는 거죠. 자기가 졸업한 후에도 미카 군이 혼자서 잘해나갈 수 있도록 말이에요. 미카 군의 새집을 찾는 것도 졸업 후를 고려한 행동이 아닐까요? 진로에 따라 슈 군이 먼 곳으로 갈 가능성도 있으니까요. 슈 군을 취향을 생각해 보면 해외에서 활동할지도 몰라요. 그럼 미카 군을 데려갈 수는 없잖아요? 그렇다고 주인 없는 집에 미카 군만 두고 가면 미카 군도 마음이 편치 않겠죠... 미카 군 입장에서 보면 남의 집이니까요. 그래서 빌라를 찾으며 미카 군이 혼자 살 수 있도록 준비를 하는 거겠죠. 아마 아직은 앞날을 예측하며 집을 찾는 단계겠지만요.
미카 : 에~... 내는 됐으니 스승님은 예술을 추구했으믄 좋겠다. 진슴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내가 이상한 기가? 아무튼 그런 일이 겹쳐서 내는 불안해 죽겠다...
밥도 안 넘어가서 요즘 영양실조가 왔다 아이가.
츠무기 : 아, 그래서 쓰러졌군요?
미카 : 그것도 그렇고. 잠을 장 못 자서 주의력이 산만해졌다... 스승님이 아끼는 테디베어도 찢어 뿟다 아이가. 봐라, 이게 그 테디베어다... 반사적으로 가지고 나와서 계속 품 안에 넣어 뒀데이.
츠무기 : 오, 꽤 오래된 물건이네요. 엄청나게 낡았어요.
미카 : 응, 거의 처음부터 이랬다.
스승님이 어릴 때 할아버님한테 받은 선물이라카대.
내도 그럴 생각은 아니었데이... 집 청소하면서 먼지를 털다가 선반에서 떨어졌는데, 천이 북 찢어져서 팔이 떨어져 뿟다. 윽수로 옛날에 만든 테디베어 같으니 낡아서 그런가? 아, 아무리 스승님이 다정해졌다캐도 이건 절대 용서 안 할 기다... 내는 불량펌 인형이니 스승님한테는 테디베어가 더 소중하겠지. 이제 끝났데이, 내는 버려진다... 그런 생각이 들길래 무섭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, 집을 뛰쳐나와 갈 곳 없이 떠돌고 있었데이. 그러다 어느새 체력이 바닥났는지 휘청거리다 쓰러져뿠다.
으으... 내는 이제 스승님을 볼 낯이 읎다. 이제 스승님네 집에도 못 간다, 염치가 읎으니까.

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...
스승님의 소중한 걸 망가뜨려 뿠는데...
그런 내한테도 스승님이 다정하게 대해 주는 기다.
그건 내가 아는 스승님이 아이다! 다정하지 않아도, 화를 내도 된다!
이 세상을 전부 증오하는 것처럼 끈질기게 예술을 했던 스승님이 좋데이!
스승님이 내가 모르는 사람처럼 변해 뿐다면...
내는, 내는, 진짜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다.